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취미

내가 좋아하는 글 모음3

by 올가 2022. 1. 2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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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 잡지 ARENA 기획: 백 명의 작가, 백 명의 문장

:백 명의 작가가 한 문장씩, 각자 부여받은 숫자로 모두 백 문장을 썼다. 전대미문(前代未聞), 전대미문(前代未文).

 

 

01. 주로 자정에서 새벽 1시 사이, 마음속으로 작은 조종을 울리며, 하루를 매장하고, 성호를 긋는 것으로 하루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. -정영문, 소설가

02. 항상 2명씩 짝지어 다녀야 했던 소녀 시절 교실은 간혹 홀수 총원이었기에 귀신처럼 남는 애가 꼭 있었다. -박민정, 소설가

03. 3(삼)촌은 찬물에서 건진 물고기를 입속에 흘려 넣어주는 것이었다. -박상수, 시인

04. 4층에서 이륙하는 절망. -안현미, 시인

05. 사실 손가락이 반드시 5개씩 달려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. -장은정, 평론가

06. 저녁 6시, 빛의 날개가 접히는 시간. -이영주, 시인

07. 베티, 블루한 7과 카페 ‘르’에서 파삭파삭한 뽀뽀를. -장수진, 시인

08. 무한이 기립하는 순간, 눈사람 같은 8자의 눈을 보았다. -강정, 시인

09. 구인회의 미스터리, 도대체 9번째 멤버는 누구였을까? -안웅선, 시인

10. 10일 그 후 코펜하겐 소년과 자주 항구를 걸었다. -주하림, 시인

11. 잊는다는 건 곁에 두고 만나지 못한다는 것, 저 멀리 사라지는 11자 기찻길처럼. -임경섭, 시인

12. 한 사람은 12명을 새롭게 하고, 12명이 한 사람을 영원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. -이혜연, 시인

13. 13번째 연필을 깎아 13번째 네 얼굴을 그린다. -김근, 시인

14. 우리 집 작은 고무나무는 어느 날 14번째 잎을 피웠으나 그 잎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고 어느새 잎이 무성해진 고무나무에게 오늘은 물을 주었다. -김나영, 평론가

15. 보름 후에라도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가 물러나면 좋겠지만, 사실은 15초도 견딜 수 없어, 젠장. -송종원, 평론가

16. 키스를 해보기로 마음먹은 16세의 우리는 나란히 양치를 하고 돌아와 입을 맞추었다. -이수진, 소설가

17. 17p. 이제 그만 이곳을 나가고 싶다. - [굿바이 줄리]. 몰인정과 무책임이 17들을 수장했다. 여기선 지금 죽음이 제일 젊다. -이현승, 시인

18. 18세-살아 있었다면 너는 더 먼 곳으로 여행을 갔겠지, 별을 세었겠지, 초여름의 신록을 입었겠지, 바닷물로 짠 수의 같은 건 절대로 입지 않았을 거야. -김은경, 시인

19. 정오까지는 19분 전, 한낮의 햇빛이 있었고,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다. -이제니, 시인

20. 담배 한 갑 안에는 20개비가 들었습니다. -이강진, 평론가

21. 토요일 잠에서 깨어나, 21로 끝나는 제목의 주간지를 집어 든 여자는 지난밤 자신이 살고 있는 건 이 세기가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라고 노래하던 남자가 떠올라 그 터무니없는 야심에 실소가 터졌다가 문득 그가 무사히 집에 들어갔을지 궁금해졌다. -황예인, 평론가

22. 애타는 여름의 초입에서 ‘대한민국 헌법 제22조 1항 ‘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’는 한 줄, 오랫동안 쓰다듬는다. -강지혜, 시인

23. 어느 날 나는 FM 방송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장파로 뉴스를 들을 경우 쇤베르크의 작품 제23번의 어려운 피아노 악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. 미셸 슈나이더 ‘글렌 굴드, 피아노 솔로’. -민구, 시인

24. 24시간이 모자라, [아레나]를 읽기엔…. -석지연, 시인

25. 세상에서 가장 긴 잠옷인 악몽의 25개째 단추를 채운다. -이용임, 시인

26. 26세에 요절한 단 한 명의 가수가 26년 동안이나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다면, 올해 물속으로 사라져버린 수많은 희망들을 우리가 26년이 훨씬 넘어서도 기억하는 일은 당연하다. -김상혁, 시인

27. 27명의 증인들이 문을 닫자 27마리의 새가 떨어졌다. -김선재, 시인

28. 동양 천문의 28수(宿)는 별자리를 28개 구역으로 나눈 것, 28수는 온누리 별들의 각축장, 빛을 뽐내는 별들의 [아레나]! -이현호, 시인

29. ‘사물의 의미를 파악하고 모호이자 비밀인 삼라만상의 지식을 구하는 정확한 계산법. - 오래전 상하 이집트 왕 니마트르 시대에 제작된 판본을 상하 이집트 폐하 오세르 치하 서른세 번째 해 아크헤트 네 번째 달에 서기 아메스가 필경하다.’ - [린드 수학 파피루스] (BC 1650년경, 대영박물관 소장), 소수 개념을 밝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. -윤경희, 평론가

30. 30세의 첫날 밤, 나는 어둠을 향해 눈을 뭉쳐 던졌다, 손바닥이 아릴 때까지. 혹은 나는 30대의 전반을 이명박 정부 밑에서, 후반을 박근혜 정부 밑에서 보내고 있다. -신철규, 시인

31. 31은 11번째 소수, 11은 5번째 소수, 나눌 수 없는 수로서 나눌 수 없는 자리에 놓여 있으니 발을 쭉 뻗고 자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. -신해욱, 시인

32. 내가 한 달의 32번째 날을 발견한다면 여분의 나는 다른 숨을 쉬고 있겠지. -하재연, 시인

33. 33, 하고 적으면 늘어선 그것들이 하나는 안고, 하나는 안긴 것 같고, 또 멀리 날아갈 것 같았다. -김소희, 시인

34. 34명의 아이가 사라졌다. -김소형, 시인

35. 너의 체온은 35 ℃, 언제나 조금 차갑고 불안하다. -유연, 소설가

36. 우리는 36개의 아름다운 손가락 중 일부만을 겨우 펼치거나 꼽으며 살아가다가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모든 손가락을 필사적으로 펼치는지 모른다. -이진희, 시인

37. 37세의 생일에는 중소형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고급 세단을 주차시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당신과 당신이 모여 지금의 우리가 되어버렸네. -서효인, 시인

38. 어렸을 때는 광땡인 줄로만 알았고 커서는 여성의 날로 가까워진 38, 작년에 내 두 번째 시집의 번호가 되었다. -오은, 시인

39. 일본어로 39는 하츠네미쿠를 뜻한다고 한다. -송승언, 시인

40. 40수 코튼의 감촉이나 40도 술의 향기로움, 40대 오빠들의 팽팽함과 40주년 한정판 스니커즈의 착화감처럼 일찍 알수록 좋은 디테일들이 40가지쯤 된다. -정세랑, 소설가

41. 우리 반은 41명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그저 41명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지만, 그 애는 한 번도 나에게 41분의 1이었던 적이 없다. -전삼혜, 소설가

42. 바람 한번 불었는데 42명이 죽었다, 는 문장은 바람이 불어 한 명이 죽었다 혹은 백 명이 죽었다보다 훨씬 그럴듯하다. 특성 없는 애매한 숫자는 가상의 세계에서 환영받지. -정용준, 소설가

43. 네이버에서 43을 검색하니 being three more than forty라고 한다. -한유주, 소설가

44. 잘라라, 44로운 그 감정을! -양경언, 평론가

45. 안녕 나의 외계 45호. -강성은, 시인

46. 그는 46호로 들어간다. -박지혜, 시인

47. 그는 47호로 들어간다. -이준규, 시인

48. 48시간, 그들이, 우리들이, 죽지 않는 죽음이 되어간 시간. -박시하, 시인

49. 49일이 지나자 그는 비로소 여자가 되었고 시간의 생식기는 기능을 잃었다. -김현, 시인

50. 어린 나는 부모 앞에서 “오, 십 (50)” 천천히 발음했고 그들은 망설이며 거무스름한 손을 감췄다. -최지인, 시인

51. 절반이 반절로 바뀌는 카운트다운, 51. -서윤후, 시인

52. 52번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 계곡으로 가자, 평상을 하나 빌려 세상모르게 취해보자. -박준, 시인

53. 53만원이 생기면 빚을 더 갚을 수 있어 좋겠구나. -백상웅, 시인

54. 54, 성에 낀 버스 유리창에 누군가 적어두고 내렸다. -유계영, 시인

55. 희망 몸무게 55. -성동혁, 시인

56. 56년 뒤에 안락사할 것이다. -이이체, 시인

57. 57명의 여자와 교접했다. -박희수, 시인

58. 58처럼 두 자리가 아닌, 한 자리 숫자는 야하다. -최정진, 시인

59. 59번 버스가 터널을 빠져나오면 나는 그 사람이 울고 있었을 어느 오후의 뒷좌석을 생각한다. -박성준, 시인

60. 나는 60세에 은퇴하고 요양원 차려서 친구랑 살려고 하는데 요즘은 그린란드에 차릴까 생각한다. -김승일, 시인

61. 내가 탄 61번 버스의 종점은 항구와 항구가 끝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지만 종점에 닿기 전에 나는 이미 많은 것들을 시작하고 있었다. -정영효, 시인

62. 그의 62번째 영화 속 주인공은 바로 나인데, 영화는 “왜 떠나지 않냐”는 물음에 “그가 좋아서요”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 끝이 나고, 결국 그것은 내게 일종의 자해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. -황현진, 소설가

63. 그는 그녀의 숨결까지도 잊은 적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미소를 보고서야 그는 63년 전의 희미한 무엇이 겨우 떠올랐다. -백가흠, 소설가

64. 그녀는 자신이 한 시간 전에 차를 세워둔 64구역으로 천천히 걸어갔고, 차에 타기 전 그 옆에 주저앉아 아주 잠시 동안만 울었다. -손보미, 소설가

65. 온난화에 관심 있어요? - 북위 65도 알래스카에 사는 갈색곰으로부터. -김은주, 시인

66. “몇 시냐”는 물음에 6시 6분을 66분이라고 대답한 날, 나는 종일 시간의 형상에 대해 생각했다. -류성훈, 시인

67. 당신이 던진 67개의 날카로운 쉼표가 소화되지 않는다. -최호빈, 소설가

68. 68개 문 중에 출구는 하나뿐인데 도무지 모르겠고 잘못 열면 괴물이 나온다. -김덕희, 소설가

69. 69에 관한 상형문자적 레테르: 내가 물구나무를 섰을 때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. -한세정, 시인

70. 70가지 색의 알약들이 빛 속에서 흔들릴 때 문을 열고 그가 걸어 들어왔다. -백은선, 시인

71. 오늘 아침 느닷없이 71번째 생일을 선고받은 당신은 자신의 조카뻘 되는 어린 여자와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은 노란 종이배 안에서 세상이 모두 얼굴을 돌린 위태로운 사랑을 나누다가 문득 비 맞은 창밖의 세월을 바라보고 길고 긴 한숨을 쉬었다. -최창근, 극작가

72. 나로부터 72걸음 밖에는 죽은 아이들이 매달려 노는 큰 나무가 있다. -안희연, 시인

73. 73번씩 마음을 바꾸고 돌아누워도, 우리는 여전히 방법을 모른다. -안미옥, 시인

74. 74개의 낱말로 이어 붙인 밤의 내부로부터 우리들은 시작되었다. -박찬세, 시인

75. 75 B? -최진영, 소설가

76. 76년 후,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혜성이 돌아올 거라 예견했던 핼리처럼 현존을 넘어선 확신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. -문자영, 시나리오 작가

77. 77을 거침없이 아래로 잡아당기자 11이 되었다. -안주철, 시인

78. 화성에 쏘아 올린 78마리의 실험 동물 중 오직 나만이 살아남았다. -김성중, 소설가

79. 이 문장이 79번째 비문이다. -김태용, 소설가

80. 그들 중 80명은 사기꾼이거나 얼간이다. -윤민우, 소설가

81. 경험상, 81년생 여자들은 무척 아름답지만 고집이 엄청나게 셌는데, 중성자탄이 생산되던 해에 태어났기 때문이 아닐까, 생각한다. -이영훈, 소설가

82. 나는 미몽, 혹은 무한한 가능성의 82번째 원자, 납의 어둠에 있다. -함성호, 시인

83. 왜 그토록 키에 집착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각설하고, 키가 한 83cm쯤 되는 남자라면 함께 누웠을 때 그의 발톱이나 엄지발가락에 난 털을 지그시 내려다볼 수 있겠다는 상상을 했더랬다. -김민정, 시인

84.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자신의 84번째 생일을 잊어버리고 아기와 같은 형태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. -김혜나, 소설가

85. 국가번호가 85인 나라는 아직 없다. 그 나라가 어딜까? -김언

86. 86년에는 대학 새내기였다. 모두를 가졌으므로 모두에게 승리한 봄날이었다. -이병률

87. 권력14. 타고난 걸까 만들어진 걸까, 그 일종의 병 불행, 나와 여러분들의 세상과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. - 2013년 11월 정태춘 시집 [노독일처] 중에서 87p. -박송이, 시인

88. 미지근한 봄날, 친구의 결혼식, 방콕행 비행기표, 먼 나라에 살고 있을 여전히 88한 너를 만나러. -강효미, 동화작가

89. 89마리 토끼들이 흰 언덕으로 가려면 열한 걸음. -이성미, 시인

90. 90개의 땀구멍에서 땀방울들이 일제히 솟구쳤다. -정이현, 소설가

91. 오늘의 문제 91번은 답이 없다는 게 문제다. -김지녀, 시인

92. 92번째 어둠에서 기다릴 것. -이원, 시인

93. 그의 100m 달리기 기록은 93초로 그리 빠르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, 그는 누구보다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. -윤고은, 소설가

94. 그는 94번째 A매치에서 패배한 후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했다. -김지훈, 시인

95. 그가 95(구오)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9월 5일에 태어났기 때문이었는데 그건 8월 8일이나 7월 7일에 태어났을 경우보다 훨씬 나았으므로 그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했다. -김금희, 소설가

96. 엄마, 나는 96번째 양을 셀 때마다 더러워져요. -이성민, 소설가

97. 나에게 부여된 숫자가 97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세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다. -조수경, 소설가

98. 처음으로 사람을 보고 가슴 뛰었던 때는 98년의 여름, 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. -황인찬, 시인

99. 네가 99번째 여자야. -이우성, 시인

100. 나무에 난 상처를 쓰다듬어주니 가지가 100개나 되는 팔을 흔들어주네. -김기택, 시인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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